광고 생태계의 대전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광고 시장의 권력은 글로벌 광고 대행사 '빅6'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이 모든 것을 뒤바꾸고 있으며, 구글은 이러한 변화에 맞서 혁신적인 AI Mode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전통적인 광고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 마케터들은 완전히 새로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광고 대행사 시대의 종말

Advertiser Perceptions의 최신 보고서가 보여주는 숫자는 충격적입니다. 글로벌 광고 그룹 빅6(Publicis, WPP, Omnicom, IPG, Dentsu, Havas)의 미국 광고 시장 점유율이 2019년 44%에서 2024년 1분기 29.6%로 급락했습니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약 15%포인트라는 상당한 점유율을 잃은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5년 전만 해도 빅6 대행사들이 브랜드 직접 광고비의 약 5배를 관리했지만, 현재는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AI가 있습니다. AI 기반 광고 툴과 플랫폼이 고도화되면서, 광고주들이 더 이상 복잡한 대행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정교한 타깃팅, 성과 분석, 실시간 최적화를 직접 실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Advertiser Perceptions 조사에 따르면, 52%의 광고주와 에이전시가 "AI가 에이전시의 미디어 구매·기획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동의했으며, 동시에 3분의 2는 "AI가 에이전시가 더 전략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히 기존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역할과 가치 사슬을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검색 시장의 위기 신호와 시장 반응

검색 시장에서도 유사한 권력 이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미 법무부의 구글 독점 재판에서 애플의 에디 큐 수석부사장이 던진 한 마디가 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그는 "사파리 검색량이 22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며, 이는 ChatGPT, 퍼플렉시티, 클로드 같은 AI 서비스로 사용자가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하루 만에 7.3% 급락하며 시가총액 약 140억 달러, 한화로 약 190조 원이 증발했습니다.

하지만 숫자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구글의 2024년 2분기 실적을 보면 검색 매출이 541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고, 전체 광고 매출도 646억 달러로 11.2% 증가했습니다. SparkToro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구글은 여전히 ChatGPT보다 373배 많은 검색량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글이 여전히 '상업적 가치가 높은 검색'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세슘 원자에 양성자가 몇 개인가요?" 같은 정보성 검색은 수익을 만들지 못하지만, "최고의 테니스 라켓" 같은 검색은 곧바로 광고 매출로 이어집니다. 구글이 전체 검색량의 상당 부분을 잃더라도, 이 수익성 높은 검색을 유지하는 한 사업 모델은 흔들리지 않는 구조인 것입니다.

구글의 혁신적 반격: AI Mode의 등장

구글은 이러한 위기에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최근 구글이 공식 발표한 AI Mode는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도전장입니다. AI Mode는 구글 검색창에 추가된 새로운 모드로, 기존의 All, Places, Maps, Images와 같은 탭 옆에 별도로 위치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링크 목록이 아니라 Gemini를 기반으로 한 AI가 생성한 포괄적인 답변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후속 질문을 통해 더 깊이 탐색할 수 있는 대화형 경험을 제공하며, 텍스트, 음성, 이미지 업로드를 통한 다양한 검색 방식을 지원합니다. 여기에 Knowledge Graph부터 실시간 쇼핑 데이터, 수십억 개 제품 정보까지 통합된 실시간 정보를 활용합니다.

기존 검색과 AI Mode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기존 검색은 키워드 기반으로 웹페이지 목록을 보여주고 사용자가 클릭을 통해 탐색해야 했다면, AI Mode는 구글이 직접 AI를 활용해 요약된 답변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클릭 대신 즉시 핵심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링, 스마트워치, 트래킹 매트의 수면 추적 기능 차이점"을 질문하면, AI Mode는 다단계 접근법을 사용해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검색하며, 발견한 내용에 따라 계획을 조정하여 종합적인 비교 답변을 제공합니다. 이는 기존의 단방향 검색에서 대화형 경험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구글의 전략적 의도와 새로운 광고 모델

구글의 AI Mode 도입에는 세 가지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사용자 이탈 방지입니다. AI 검색 도구들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AI Mode는 선제적 대응책입니다. 둘째는 새로운 광고 모델의 실험입니다. 2025년 Google Marketing Live에서 구글은 AI Mode 내 광고 통합을 발표했는데, 이는 기존의 단순 배너나 검색결과 상단 노출이 아니라 AI 답변 속에 맥락적으로 통합되는 혁신적인 광고 방식입니다. 셋째는 상업적 검색에서의 지배력 유지입니다. 정보성 검색은 AI 도구들에게 양보하더라도, 구매 의도가 높은 상업적 검색에서만큼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입니다.

마케터를 위한 AI 시대 생존 전략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마케터들이 취해야 할 전략은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AI Mode 최적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기존의 링크 클릭 유도 중심 SEO에서 AI가 추출해 요약할 수 있는 신뢰도 있는 콘텐츠 확보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Schema markup과 구조화된 데이터 활용이 필수가 되었으며, 사용자의 후속 질문을 예상한 포괄적이고 맥락적인 콘텐츠 제작이 중요해졌습니다.

둘째, 직접 집행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51%의 마케터가 이미 AI를 크리에이티브 생성과 파트너 식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AI 툴을 활용한 캠페인 직접 설계, 단순 노출이 아닌 구매 전환 중심의 성과 접근, 실시간 데이터 분석 및 최적화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셋째, 플랫폼 분산 전략을 구축해야 합니다. 구글 AI Mode뿐 아니라 ChatGPT,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다양한 AI 검색 플랫폼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며, AI가 운영적 업무를 대체하면서 에이전시와의 관계도 운영 중심에서 전략 컨설팅 중심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넷째, 새로운 광고 형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AI 답변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광고를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맥락적 가치와 관련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배너나 상단 노출 방식에서 AI 답변 내 맥락적 통합으로 광고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권력 이동의 본질과 미래 전망

AI 시대 광고와 검색 시장 모두에서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직접성'과 '맥락성'입니다. 광고주는 AI 툴을 통해 직접 고객에게 도달하고, 소비자는 AI 검색을 통해 맥락에 맞는 정확한 답을 얻습니다. 전통적인 중개자 역할은 약화되고 있지만, 데이터와 직접성, 그리고 맥락적 이해가 새로운 권력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결국 "누가 고객의 구매 순간을 더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붙잡는가"가 새로운 경쟁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AI Mode는 단순한 방어 전략이 아닌 검색과 광고의 미래를 재정의하는 혁신입니다. 현재 Google One AI Premium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정 테스트 중이지만, 향후 전면 확산될 경우 디지털 마케팅 생태계 전체가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케터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AI와 데이터를 내재화한 실행력과 맥락적 사고를 갖춘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변화의 물결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 우위가 될 것입니다.

『AI로 팔아라』 저자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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